XCOM 2, 정말 대단한 게임이다. 좀 전에 XCOM 2의 DLC인 에일리언 헌터를 포함한 게임을 마치고 흥분과 만족감이 든다. 참고로, 에일리언 헌터를 아직 해 보지 않은 독자라면 이 글에 줄거리 누설이 있으므로 보지 마시기 바란다. 이 글은 에일리언 헌터에 나오는 보스들을 간신히 잡고 엔딩까지 진행한 나의 이야기이다.
이번 게임이 에일리언 헌터의 첫 시도는 아니었다. 처음 XCOM 2를 하다가 멋모르고 에일리언 헌터 시나리오를 시작했다가 베테랑 병사들이 차례로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에일리언 헌터는 너무 힘들므로 게임 시작 옵션에서 에일리언 헌터를 빼고, 게임 난이도도 '쉬움'으로 선택하고, 대신에 아이언맨 옵션을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아이언맨 옵션은 XCOM을 XCOM답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옵션으로서, 병사가 다치거나 죽더라도 저장된 게임을 다시 불러 올 수 없다.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생각하게 된다.
새 게임을 좀 진행하다가 엔지니어링에서 프로스트밤을 제작할 수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프로스트밤은 엄청 좋은 폭탄인데, 이건 바이퍼킹을 잡아야 나오는 것 아니던가? 아무튼 덕분에 게임이 좀 쉬워졌다고 생각하면서 미션들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이퍼킹이 떡하니 전장에 나타났다. ㄷㄷ. 쟤 여기 왜 나와?
그래도 한 번 겪어본 놈이고, 프로스트밤도 있으니 큰 피해 없이 잡았다. 그 다음 버서커퀸도 잡았다. 이제 에일리언 헌터에서 나오는 특별한 무기와 장비도 마련했으므로 마지막 아천킹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천킹에게 휘둘리더니 어어 하는 사이에 베테랑 병사들이 싹 죽어버렸다. 모든 병사가 죽었으므로 미션이 실패로 끝났다.
잠시 동안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에일리언 헌터의 특별한 장비들을 미션 실패로 인해 모두 사라져 버렸고, 기지에는 초짜 병사들이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포기하고 새로 게임을 시작할까 하다가, 그 동안 개발해 놓은 기술이 아까워서 좀더 해보기로 했다. 나중에 아천킹은 잡았고, 초짜들은 전투를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아바타 프로젝트 타이머가 끝까지 다 차도록 내버려 두다가 30일의 여유 시간을 활용해서 간신히 외계인 기지를 하나씩 잡았다. 그러다가 결국은 30일 여유 시간도 다 써버려서 게임이 끝나 버렸다.
엔딩크레딧을 보다가 다시 게임 메뉴 화면으로 돌아와보니 종료 전 게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언맨 옵션으로 게임하면 임의로 저장된 게임을 불러올 수 없는데, 게임은 종료되었지만 저장된 것은 남아 있으므로 다시 불러올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다시 게임을 진행하여 아바타 프로젝트 타이머도 제 시간에 초기화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병사들이 죽는 일이 거의 없었다. 에일리언 헌터에 나오는 보스들만큼 힘든 적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지막 보스도 에일리언 헌터의 보스보다 쉬었다. 그건 마지막 미션에 참여한 병사들의 능력과 장비가 엄청나게 좋았기 때문이다. 힘없는 초중반에 나온 에일리언 헌터 보스들이 사기적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게임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나니 참 뿌듯하다. 초중반에 베테랑 병사들이 죽으면서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떻게든 전진해보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애착을 가진 것을 잃으면서도 진행하는 것이 이 게임의 미덕이고, 삶의 미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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