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30, 2010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남녀 간의, 또는 동성 간의 사랑, 이 둘을 뭉뚱그려 성적인 사랑이라고 할까,
이러한 사랑에는 인간 개인의 많은 욕망, 두려움이 섞이기 마련이다.
집착, 성적 쾌락에 대한 욕망, 홀로 떨어져 나감에 대한 두려움, 지배욕, 이성(또는 동성)에 대한 본능적인 추구 등등, 수많은 감정과 의도가 소위 성적 "사랑"이라는 행위 또는 감정에 섞인다.

이러한 감정과 의도를 대략 욕망과 두려움이라고 한다면, 이를 빼면 순수한 성적 사랑에는 무엇이 남을까?
아마도 "성적"이라는 의미도 사라질 것이다. 순수한 사랑이란 그저 다른 존재에 대한 끌림이 아닐까?
지구가 주위에 있는 것들을 끌어당기듯, 자석이 다른 자석을 끌어당기는 것과 비슷한 힘일 것 같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는 한 생애를 벗어나 그 다음 생애에까지 이어지는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기본적으로 성적 이끌림을 바탕으로 한다. 본능적인 것으로서, 그간 인간이 살아온, 아니 자웅동체에서 개별 성이 분리된 생물이 출현한 이후로 수억 년(?) 동안 끝없이 이어져온 성적 이끌림이다. 두 성은 원래 하나지만 분리되어 살다가 각기 짝을 짓는다. 수억 년 동안 수천 억 회 이상 되풀이된 오래된 레파토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두 사람의 사랑을 보며 나는 눈물 흘리고 평범하지 않은 뭔가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원래 하나였던 것이 아닐까? 양자 물리학에서 말하길, 한 번 연결되었던 두 미립자(?)는 서로 분리되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쪽이 변화되면 다른 한 쪽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둘이 둘이 아니라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빅뱅 이론에 따르면 태초에 한 점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우주 삼라만상은, 그리고 나는, 모두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인가? 원래 하나였고, 지금도 영향을 주고 받으며, 크게 보면 하나인 것이가?

성적 사랑도 원래 하나였던 것에 대한 끌림일지도 모른다. 나는 다른 존재에 대한 순수한 이끌림, 또는 사랑을 느끼고 싶다.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인생이라는, 또는 세계라는 환상에서 깨어난 존재라면 그러한 순수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