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엄청난 외계인들에 맞서는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이전 저장 파일 불러오기였다. 이전 시점 회귀인 셈인데, 탐크루즈와 에밀리블런트가 주연한 영화 '엣지오브투머로우'와 비슷하다. 귀중한 병사들이 죽으면 회귀해서 다시 시도하고, 또 다시 시도하고... Long War를 완료하기까지 100시간이 넘게 게임을 했고, 하루 2시간씩 했다고 치면 2개월이 걸린다. 완료한 후 결과를 보니 외계인을 자그마치 5,662마리를 잡았다! 아주 징하다. 수도 없이 회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9명의 병사는 살리지 못했다. 아끼는 베테랑 병사들이 죽었을 때만 회귀를 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포기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건 도저히 즐기는 마음으로 진행할 만한 난이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게임의 묘한 매력에 빠져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설정 파일을 수정하여 난이도를 낮추었다. 병사들의 전투 피로도를 낮추고 부상 회복 속도를 올려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했고, 전투기 수리 속도도 높였다. 그렇게 해도 상당히 어려웠는데, 설정을 수정하지 않고도 완료한 사람들은 정말 뭐하는 사람들인가? 진정한 매니아라고 인정하겠다.
초반의 어려움을 견디면서 드디어 내 생존 전략의 핵심인 저격병을 두 명 키웠고 살림이 좀 나아지나 했다. 이 정도면 할 만한 걸? 출전하는 병사들을 보면 든든했다. 그런데 전장에 투입되는 외계인들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한 전투에서는 전장 끝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후퇴를 거듭하다 결국에는 나의 스카웃이 적에게 물려 좀비가 되었고, 그가 분대원들에게 어그적거리며 다가올 때는 정말 참담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최고 계급까지 진급한 저격병이 나왔다. 내 전략에서는 다른 병사들은 죽어도 저격병이 죽으면 미래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회귀해서 살렸다. 이 저격병들은 크리티컬 공격을 극대화하도록 되어있다. 오른쪽 사진의 기술 목록에서 두 번째 '론울프'는 아군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명중률과 크리티컬 확률을 높여 주는 것으로서, 초반에는 쓸모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왜냐하면 한 전투에 저격병을 5~6명씩이나 투입하는데 각기 다른 저격 지점으로 분산시킬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크리티컬 공격력을 극대화했으므로, 중후반에 중장갑을 갖춘 적들(Damage Reduction이 높은 적들)도 큰 어려움 없이 잡을 수 있다.
의무병은 초기에는 원호 사격(Overwatch)을 잘 하도록 하여 재미 좀 봤지만 중후반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었다. 왜냐하면 원호 사격을 한답시고 앞에서 알짱거리면 막대한 적의 화력에 노출되어 죽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적진에 다가가는 유일한 병사는 온갖 방어 수단을 덕지덕지 쳐바른 정찰병(Scout)이었다. 정찰병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몸이 무거워서 멀리 이동하지도 못한다. 다만 반응 속도가 빨라서(Lightning Reflexes), 적의 원호 사격을 대부분 피한다. 같은 이유로, 어설트, 인판트리, 로케티어, 거너 등 적진에 다가가야 하는 다양한 병과를 사용하지 못했다. 로케티어는 후반에 최종 로켓 무기인 블래스터 론처가 개발된 후에 사용할 수 있었다.
저격병들이 주력이다 보니, 오른쪽 사진과 같이 큰 건물이 있는 지형에 취약하다. 이런 곳에서는 아주 갑갑해진다. 문이나 창가로 다가 가자니 얻어 맞을 것이고 바깥에서는 안쪽을 공격하기 어렵다. 결국 정찰병이 건물 안쪽을 기웃거리면서 적들이 문이나 창가로 다가오도록 해야 한다. 고개를 내미는 놈은 기다리고 있던 내 저격병들에게 죽는다. 스릴 넘치는 진입 작전은 하지 못하지만 최소한 안전은 보장된다.
베테랑 저격병들이 10명 정도 성장하면서 지상전은 어느 정도 승기를 잡았지만 공중전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나중에는 아예 우주선 요격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파이어스톰을 개발하게 되었다. 외계인으로부터 빼내온 기술과 부품으로 만들어진 이 요격선이 처음으로 출격하는 장면은 아주 감동적이었다.
외계인들이 내 기지로 쳐들어온 적이 서너번 있었다. 이 기지 방어전이 참 골 때린다. 나의 핵심 병사들을 골라서 출전시키지 못하고 운에 따라 베테랑과 신병이 함께 전투를 하게 되므로 상당히 힘들었다. 그 중 마지막 전투는 적의 화력이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며칠에 걸쳐 전술을 바꿔가며 재시도해보니 그럭저럭 막을 방도가 나왔다.
저격병을 위한 최종 장갑인 아크엔젤이 개발되어 저격병들이 모두 공중에 뜰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개활지에서는 6명의 저격병이 완전히 전장을 장악했고, 진정한 Death from Above, 공중으로부터 내려 꽂히는 죽음을 보여준다.
후반에 접어 들면서 고스트아머를 개발하여 3회 동안 몸을 숨길 수 있게 되었고 은신 상태로 적진에 뛰어면 적에게 발견되지 않는다. 더 멀리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운 의무병은 3회의 시간 동안 전장 끝까지 달릴 수 있고, 시한 폭탄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폭탄을 제거하는 동작을 하면 은신 상태가 풀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스트아머를 입은 상태에서 발견한 적은 내 시야에서 벗어나더라도 계속 보이므로 나중에 잡기가 상당히 편해진다. 단, 나중에 잡을 때는 정찰병 등을 통해 다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우측 사진: 공격을 할 수 있는 시야는 없지만 적이 보이는 상태).
오른쪽 사진은 후반에 기갑병이 나오기 전까지 활약한 정찰병이다. 인간이라는 한계로 인해 체력이 높지 않으므로 적 공격을 몸으로 맞아서 때우기 보다는 주로 회피한다. 내가 사용한 후반 기갑병은 골리앗으로서, 진정한 탱커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체력이 어마어마해서 적 기갑 로봇과 육박전을 펼쳐도 될 정도이다.
드디어 마지막 전투. 체력 100점 짜리의 섹토파드들이 나오는데 그건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최종 보스 우버 이테리얼. 이놈은 장갑이 튼튼해서 22점 정도의 공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다. 30점 정도의 크리티컬을 터트려야 겨우 6점 정도의 피해를 입힌다. 그런 데다가 공격이 다 끝나면 16점을 회복한다. 이 괴물에게 나의 자랑스러운 저격병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하나 둘씩 죽어갔다. 망연자실해 있다가 이건 깨기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 다음 날 심기일전하여 다시 도전해 보았으나 역시 졌다. 그래서 최종 완료를 완전히 포기하고 그냥 접으려고 했다. 며칠 후, 즉, 오늘 다시 한 번 도전했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호위병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7명의 저격병을 비롯하여 나의 모든 병사를 적진에 밀어 넣었다. 적의 방어력을 낮추는 로케티어의 슈레더 로켓을 날리는 것으로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저격병들의 정밀 사격(Precision Shot)이 이어졌고, 크리티컬이 몇 차례 이어지면서 도저히 죽이기 불가능할 거라고 여겨졌던 우버 이테리얼이 쓰러졌다. 우와...
XCOM Long War는 지난 번에 내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XCOM 2 에일리언 헌터보다 훨씬 어려웠다. 이전 시점으로 회귀를 끝없이 반복하지 않고는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회귀를 통해 실수를 줄이고 위험을 계산하는 방법을 배웠으니 다음에 다시 한다면 회귀 회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몇달에 걸친 험난한 여정이자 엄청난 모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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