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6, 2012

번역사가 본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적 한계 및 문제

나는 영한 번역사로서 두 언어를 계속 비교하고 변환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이러한 업무를 통해 내가 파악한 두 언어의 한계와 문제를 나열해 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한국어에 한계가 더 많고, 영어가 더 우수한 것 같다.

한국어의 한계 - 수식어를 수식 대상 뒤로 보낼 수 없다.
한국어에서는 수식어를 수식 대상 앞에만 두어야 하기 때문에 수식어를 길게 쓰면 이해하기 힘들고 애매함이 증가된다.
예: 내가 먹다 말고 아무도 치우지 않은 어제 만원 주고 시킨 맛없는 그 핏자를 저녁 삼아 먹어야 한다.

이 예에서 수식 대상은 '그 핏자'이고 그 앞에 있는 긴 문구는 수식어이다. 긴 수식어를 한참 읽는 동안 핵심 단어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끝에 가서야 알 수 있다. 한국어에서는 이런 식으로 긴 수식어를 쓰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한국어의 한계인 것이다.

영어라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I have to eat the remaining pizza as dinner which I ordered yesterday with 10,000 won then I ate a little and nobody cleared up.
* 이 예문은 좀 어색한 것 같다. 다음 기회에 수정하겠다.
위 예와 같이 영어에서는 나열된 순서대로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 예에서처럼 거의 끝까지 다 읽어야 무슨 내용인지 종합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다. 단, 영어 문장에서 동사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힘든 경우 전체를 다 읽고 나서야 어떤 것이 동사인지 파악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영어는 관계 대명사, 분사 등을 통해 수식어를 뒤로 보낼 수 있으며, 그러한 수식어에서 짧은 대명사를 사용하여 앞에 나온 내용을 간편하게 지칭할 수 있다.

영어의 한계 - 수식어로 사용된 과거 분사에 시제가 없다.
예1: The used plan is not used any more.
예2: The used plan is still in use.
예1, 2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the used plan'은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계획'일 수도, '사용된 계획'일 수도 있다. 이 예에서처럼 한국어에서는 동사가 포함된 수식어에 시제가 명시되므로 더욱 구체적이며, 영어에서는 명시되지 않으므로 애매한 경우가 발생한다.

* 영어에서 수동태의 시제도 애매한 것 같은데 좀더 고민해 볼 문제다.

영어의 한계 - 품사를 확인하기 힘들므로 내용 파악이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고립어인 영어에서는 어떤 단어가 동사로 사용되었는지, 또는 명사로 사용되었는지는 내용을 보고 잘 파악해야 한다.
예: The works process registrations.
위 예에서 process는 동사로 사용되었는데, 앞뒤로 더 많은 단어가 나열되어 있었다면 동사인지를 파악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위 예에서 process가 명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한 경우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정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한국어의 문제 - 어미 변화가 너무 복잡하다
위에서 영어는 어미가 없어서 동사인지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한국어는 어미가 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변화가 너무 복잡하다.
예: 잠그다, 잠가서, 잠그니, 잠궈, 잠글수록, 잠가도, 잠갔는데
술어 유형(주로 받침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어미 변화가 다르다. 한국인이라서 모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웠기에 망정이지 외국인이 이를 배울라치면 식겁할 것이다. 영어는 동사의 시제, 격 변화 등만 익히면 되며 불규칙 동사도 많지 않다. 한국어에 비하면 너무나 간단하다. 영어에서 전치사가 복잡하긴 하지만 형태 변화는 없다.

한국어의 문제 - 존대/하대
복잡한 데다가, 이를 주의해서 말해도 듣기에 거슬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영어처럼 존대/하대를 크게 따지지 않으면 좀 더 쉽고 빠르게 의사를 전달할 텐데 한국어는 나이, 직급 등을 따져서 조심스레 잘 말을 해야 예의바른 것으로 인정된다. 한국어의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 문화의 복잡성에서 기인한 것 같기도 하다.

한국어의 문제 - 띄어쓰기의 복잡성
조사, 어미로 인해 띄어쓰기가 복잡하다. 영어는 그냥 모두 띄어쓰면 된다.

한국어의 한계 - 주변어
한국이 전통적으로 문화, 기술의 종주국이기 보다는 받아들이는 국가의 성격이 강하므로 그 언어도 주변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출처의 단어/표현이 들어와서 복잡하고 번잡스럽다. 과거에는 중국, 근대에는 일본, 최근에는 미국 등 서양에서 들어온 단어들로 넘쳐난다. 한 가지 표현도 순우리말, 한자어, 영어 외래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어원의 원래 뜻과는 다른 한국만의 토속 의미로 바뀌어 복잡성이 가중된다. 또한 외국에서 들어온 단어를 사용하면 화자의 사회적 위치 또는 학식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므로 사용이 늘어나고 순우리말은 고급스럽지 않다고 느끼고 사용이 줄어드는 경향이 많다.

한국어와 영어의 공통 문제 - 발음대로 표기하지 않는다(또는 표기대로 발음하지 않는다).
예: 표기: 고맙습니다. 발음: 고맙씀미다 또는 고맏씀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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