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아르라는 한국 사람이 쓴 [서평]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글에 대한 반론을 여기에 기록합니다.
서평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영어 원서로 13번 읽었고, 한글판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한글판 서평이 필요해서 Google 검색을 해서 첫 번째로 나온 글이 이 글인데, 귀하께서는 이 책에서 감명을 못 받으셔서 그런지 이 책을 너무 가볍게 평가하신 것 같습니다.
귀하의 글에 반론을 하고자 하는데, 요지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단순한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이 깨달음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책이 인생사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이 책은 애초에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문제가 없으므로 해결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다만 그것을 깨닫고 평안과 자유를 얻기는 쉽지 않으며, 이 책은 그러한 깨달음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라고 생각합니다.
반론의 내용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귀하께서는 스티븐 코비의 '7가지 습관'에서 말하는 첫 번째 습관인 '주도적이 되어라'는 말과 'The Power Of Now'의 주 내용인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 비슷하다고 하셨습니다. '7가지 습관'을 읽은 지 오래되어 그 두 말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비슷한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일 '주도적이 되어라'는 습관을 통해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면 'The Power of Now'를 읽을 필요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귀하께서 든 예에서, 죽어가는 동생에게 빵 부스러기를 먹이는 소말리아 소년의 입장에서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현실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것을 볼 때, 귀하께서는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지는 못하신 것으로 추측됩니다.
저도 깨닫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The Power Of Now'의 내용과 저의 이해를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굶어 죽어가는 것에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겠지만, 절망하거나 세상을 원망하면서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낼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선가 빵을 구할 수 있으면 그리하겠지만 빵을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굶어 죽는 상황이라면 굶어 죽으면 됩니다. 도저히 구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다만, 죽을 때 죽더라도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집중하면 평안을 얻을 수 있고, 그러한 평정한 상태에서 존재의 깊은 희열(Joy)을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희열을 느끼면서 몇 년이라도 살 수 있다면 번민의 80년 인생이 전혀 부럽지 않겠습니다.
또한 절대적인 평안 상태가 되면 가만히 앉아서 만족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귀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해결책들도 탁월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해결책들이 안 떠오르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없습니다. 빵 한 조각과 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이를 음미하면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무슨 인생의 문제가 있겠습니까.
이 책은 인간의 고통이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평안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제가 이 책을 13번 읽었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므로 이 책에서 하는 말을 통해 정말 평안과 자유를 얻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실증적 증거를 보여 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