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3, 2010

번역 후기: 데이터 통합 솔루션 소개 자료

4700단어(A4지 19장) 정도의 제품 소개 문서를 번역했다. 최근 작업 중에서 최고의 난이도였다. 정신 또는 육체적인 상태가 안 좋았는지도 모른다.

우선, 원문이 상당히 길다. 말을 안 끝내는 것이다. 제품의 장점을 하나라도 더 설명하기 위해 문장을 계속 늘인다. 그래도 영어는 읽고 이해할 만하다. 관계 대명사 등을 통해 수식어를 뒤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에는 관계 대명사가 없다.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해하기 힘들어지기 쉽상이다.

주어와 술어 사이가 상당히 길어져서 한참 읽다보면 주어가 뭐었는지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
맨 끝에 있는 술어를 읽기 전까지는 아직 대략적인 뜻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나는 그런 식의 긴 호흡으로 번역하지 않기 때문에 말을 여러 문장 또는 여러 의미 단위로 적당히 끊어야 한다. 그러나, 관계 대명사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는 언어의 문장을 그러한 것이 없는 언어로 번역하다 보니, 가독성과 원문 일치성 둘 다 성취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내용도 만만치 않았다. 데이터 통합 그리고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 - 뭐, 대략 들어본 내용이기는 하다. 그래도 잘 모르는 개념이 여러 개 나와서 조사 시간이 좀 들었고
오역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다.

겨우 100 단어(A4지 반 장) 번역하고 담배 피고 딴짓하고 다시 마음을 추스려서 다시 100단어를 더 번역했다. 깊은 집중 상태에서 번역을 즐기는 것은 이번 작업에서는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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